<초단편> 산새의 꿈

<초단편>*

 

산새의 꿈

                                                                                   곽 명 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산이 하나 있었다. 너무나 외딴 곳에 혼자 있어 '외로운 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그 산의 남쪽으로는 매우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들판이 끝나는 곳에서는 수직으로 깎인 바위 절벽이 바다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바다에서는 파도가 쏴 쏴 소리를 내며 달려와 절벽에 머리를 부딪고 있었다.

그 들판에 오래 된 통나무집 하나가 있었다. 통나무집은 절벽 쪽에서는 조금 멀고 외로운 산 쪽에서는 조금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일부러 한참씩 걸어야만 닿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었다.

그 집에 사내 하나가 살고 있었다.

사내는 키가 크지 않은 편이었고 몸은 약간 퉁퉁했다. 팔에는 털이 많이 나 있었으나, 머리카락은 많지 않았다. 둥그스름한 흙빛 얼굴은 사막의 덤불처럼 마구 자라난 수염에 턱과 뺨이 가려져 조금 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고 있었지만 매일 한 번씩은 집 밖에 나왔고, 일단 밖에 나오면 오래도록 들판을 걸어 다니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어쩌면 바람 속에서 휘파람을 부는 것이 좋아 그 외딴 들판에서 혼자 살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는 들판을 아무 데로나 발 가는 대로 쏘다니면서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쪽으로는 잘 가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파도가 심하게 칠 때면 그는 처음부터 아예 바다와는 반대 방향인 ‘외로운 산’ 쪽으로 곧장 걸어가곤 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오던 오후였다. 그는 다른 때보다 더 오래도록 들판을 거닐었다. 문득 바람이 멎어 휘파람을 그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집에서 꽤 떨어진 '외로운 산' 바로 밑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그는 언젠가 한번 그 산에 올라가 본적이 있었다. 산 중턱에 작은 동굴이 있었고 그 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는 그 느티나무 밑에 잠깐 앉았다가 깜빡 졸음에 빠져들었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려와 눈을 떴고, 다시 산 위로 올라갔었다.

산의 정상에서는 자신의 통나무집이 기울어가는 햇빛에 반짝거리는 것이 잘 보였다. 반대 편인 산 너머 북쪽으로는 꽤 큰 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 산에는 높고 낮은 봉우리 여러 개가 서로 손을 잡은 듯,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그 봉우리들이 모두 서로 형제들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이 작은 산도 원래는 그들 봉우리 중의 하나였다가 어느 날 이리로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 산을 '외로운 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다시 바람이 불어왔다. 그는 또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왔다. 처음엔 산허리에 부딪친 바람소리일까 생각했다. 그 다음엔 혹시 자신의 휘파람 소리가 산 위의 어떤 바위를 건드리고 되돌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는 다시 휘파람을 불어 보았다. 누군가 어디 숨어서 흉내를 내고 있는 듯 그 때마다 조그맣게 그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는 아주 작게 시작했으나, 조금씩 커져서 마침내 알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단정했다. 그것은 바람소리도, 휘파람의 메아리도 아니었고, 새 소리였다.

그 때 무엇인가 나뭇잎만한 것 하나가 머리 위쪽으로부터 등 뒤쪽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듯 했다.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 것도 없었다. 아마도 그 나뭇잎 같은 것은 땅으로 떨어지다 말고 방향을 바꾸어 날아간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났다. 그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오후의 바람을 받으며 집과 외로운 산 사이의 들판을 거닐고 있었다. 그가 휘파람을 불자, 멀리서 잠깐 휘파람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소리를 잘 들어보려고 휘파람을 그쳐 보았다. 잠시 동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등 뒤쪽으로부터 작은 새 한 마리가 나타나 그의 눈앞에 내려앉았다.

"너 누구니? 왜 이리 왔어? 혹시 지난 번 그 새니? 내 흉내를 내던?"

그의 목소리가 밝고도 가벼웠다.

새는 대답 대신 짧은 휘파람소리를 두어 번 내고는 몇 걸음을 깡충거리다가 산 쪽으로 날아갔다. 아직 잘 날지 못하는 듯, 파도 위의 작은 배처럼 기우뚱거리는 모습이 웃음을 짓게 했다.

작은 새의 청회색 날개가 눈에 남았다. 새는 전체적으로는 붉은 갈색을 띠우고 있었는데, 머리 위와 목 부분은 검고, 이마와 뺨은 희게 보였다. 목소리는 작고 어렸으나 그의 휘파람과 비슷한 맑은 소리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는 또 새를 만났다. 새는 조금 더 자라난 듯 했다. 목소리가 약간 커졌고 이제는 그의 휘파람소리를 제법 그럴 듯하게 흉내 내고 있었다. 날개도 더 커진 듯했고, 푸른 회색이 더욱 진해진 듯 했다. 그러나 땅을 차고 나는 모습은 아직도 좀 어설프게 보였다.

"아직 나는 걸 다 못 배웠니? 나하고 한번 날아 보련?"

그는 팔을 벌렸다. 새가 그에게로 날아 왔다. 그는 새를 어깨 위에 앉게 하고 벌판을 달렸다. 새는 날개를 펴서 바람을 가르며 몸을 좌우로 조금씩 기울여보다가, 그가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자 날개를 퍼덕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뒤로 새는 자주 그를 찾아왔다. 이제는 아주 날렵하게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랑 섞인 목소리로 휘파람을 불었다. 새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고왔다. 그는 새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에서 재미를 느꼈다. 입 모양을 조금 더 둥글게 하며 앞으로 내밀면 새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새는 그의 맑고 힘찬 휘파람 소리를 흉내 내 보려고 했으나, 그렇게 잘 되지 않았다. 새는 그의 휘파람 소리를 배우려고 더 자주 그를 찾아왔다.

 

이제는 새가 그의 휘파람 소리를 거의 똑같이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이제 새와 헤어질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저녁 때 그는 새에게 말했다.

"얘, 이젠 네 친구를 찾아 가."

새는 몇 번 그의 어깨에 앉았다가 날아갔다.

그는 한 동안 집에 틀어박힌 채 들판으로 나오지 않았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저녁녘에 마음이 조금 답답하여, 닫았던 창문을 열었다. 바람결에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작은 소리였으나 가까이서 들리는 듯 했다. 창밖의 느티나무로 눈길이 끌려갔다. 거기에 그 새가 앉아 있었다. 반가움으로 가슴이 뛰었다. 비가 쏟아졌다. 하늘이 캄캄해졌다. 천둥이 치고 하늘이 번쩍거리며 둘로 갈라졌다. 그는 팔을 벌렸다. 새가 창문 안으로 들어왔다. 새는 비에 젖어 있었다.

그날 밤 내내 그는 새와 이야기했다. 목소리가 같아지자 이야기가 전보다 훨씬 쉬워졌다. 그가 이야기를 하면 새는 그의 휘파람 소리로 대답했다. 새가 이야기하면 그는 새의 목소리로 휘파람을 불었다. 새의 휘파람과 그의 휘파람은 이제 서로 구별이 되지 않았다.

새는 그의 집에 계속 머물렀다. 그는 새를 돌려보낼 수 없었다. 새가 집에 머무르는 동안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새는 그와 함께 지내는 나날이 너무나 좋아서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있었다.

 

어느 화창한 오후, 사내는 안락의자에 앉아 새와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새는 그를 깨워보려고 어깨 위에 앉았다 무릎에 앉았다 했지만 그는 꿈을 꾸면서 깊은 잠에 빠졌다.

새는 혼자 집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창밖으로 나갔다. 날아다니기에 정말 좋은 날이었다. 맑은 하늘, 상쾌한 바람, 향긋한 꽃과 나뭇잎의 향기,...

새는 하늘을 날았다. 통나무 집 위를 몇 바퀴 돌다가, 자기의 집이 있는 산 쪽으로 날아가 보았다. 외로운 산의 중턱에 있는 동굴이 보였다. 동굴 앞의 느티나무가 보였다. 거기에 가족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가족이 그립지는 않았다.

새는 반대편인 절벽 쪽으로 날아갔다. 절벽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밑에서는 파도가 부딪히며 부서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불안이 일었다. 지금의 행복이 어느 날 한 순간에 파도처럼 절벽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고 말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다가 다시 마구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 때 하늘이 번쩍거리더니 천둥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갑자기 굵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주위에 비를 피할 곳이 없었다. 새는 작은 돌 틈에 쪼그리고 앉았다.

 

사내는 천둥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동시에 꿈에서도 깨어났다. 그는 꿈에 할아버지를 보았다.

할아버지도 새를 한 마리 길렀었다. 오랫동안 둘이서 서로 사랑했다. 할아버지는 어느 화창한 봄날 새장에서 새를 꺼내 주었다.

"너를 새장 속에 더 이상 잡아 둘 수가 없어. 너는 이제 완전히 자유야."

할아버지는 안락의자에 앉아서 깊은 잠에 빠졌다. 새는 잠깐 망설이며 할아버지 곁을 맴돌다가 결국 할아버지를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잠에서 깬 할아버지는 창밖의 먼 하늘을 한참동안 내다보고 나서 창문을 닫고 다시 안락의자에 앉았다.

"긴 꿈이었어. 이젠 또 다른 긴 꿈을 꾸어야겠군."

그것이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는 다시는 깰 필요가 없는 긴 꿈 속으로 빠져 들어갔던 것이다.

사내는 할아버지가 남긴 말을 떠올리며 혼자 말했다.

"그래도 아름다운 꿈이었어."

그는 비가 들이치는 창문을 닫고 안락의자에 다시 앉았다. 깊은 잠이 계속되었다.

 

다음 날의 아침이 창틈으로 햇빛을 디밀었다. 그는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창턱은 아직 젖어 있었지만 비는 그친 지 한참 된 듯 했다. 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휘파람을 불었다. 어디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새가 없어도 휘파람을 불면 새소리가 들리는군."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휘파람 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 아주 작은 소리였다.

"새가 돌아온 것일까?"

그는 느티나무를 쳐다보았다. 나무에서는 새를 찾을 수 없었다. 마당의 느티나무에서 난 소리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작은 소리였다. 그렇다면 더 멀리 산에서부터 들려온 소리일까?

그는 밖으로 나왔다. 문을 닫는 바람에 창문이 흔들리며 창턱에 매달렸던 물방울들이 주루룩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창 아래로 눈이 갔다. 오, 하느님, 거기에 새가 넘어져 있었다. 새는 의식을 잃은 채 간간이 휘파람 같은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내는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비방과 자신의 뜨거운 숨결로 새를 소생시켰다.

새는 매우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평생 그의 곁을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매우 미안했다. 그리고 새가 살아난 것이 너무나 고마웠다. 반드시 새의 행복을 찾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새는 밖에 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는 새가 잘 날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팠다. 새가 빨리 회복되기를 바랐다.

새는 날기가 싫었다. 혹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고 나면 더 이상 그의 집에 머무르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혼자서는 곧잘 날다가도 그가 있는 데서는 날지 못하는 척 뒤뚱거렸다.

그는 새를 날게 하려고 그전처럼 어깨에 얹은 채 들판을 달려보았다. 그러나 새는 좀처럼 하늘로 날아오르지 않았다. 그는 점점 더 빠르게 달렸다. 그러다가 너무 빨리 달리느라고 돌에 걸려 넘어질 뻔 한 일도 있었다. 그 때에는 새가 떨어져 다칠 것만 걱정되어 다른 생각을 못했었다.

그날 밤, 그는 새에게 미안해하며 말했다.

"아까는 큰 일 날 뻔 했지. 하마터면 널 떨어뜨려서..."

그렇게 말하다가 그는 스스로 사실을 알고 말았다. 새는 어깨에서 떨어질 뻔 한 게 아니었다. 날고 있었던 것이다.

새는 아무 말도 못하고 가슴만 쓸어내렸다.

 

새는 날 수 있다는 것을 눈치 채이지 않으려고 집안을 줄곧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녔다. 한쪽 구석에 할아버지의 커다란 새장이 놓여 있었다. 새는 호기심으로 새장 안에 들어가 보았다. 새장에는 먹이를 놓는 통도 있고 새가 올라앉도록 만든 횃대도 있었다. 새는 놀이터의 어린이처럼 새장 안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렇게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쩌면 영원히 그 새장 안에서 살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새는 새장 안에 앉아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사내가 집안으로 들어서다가 새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안 돼. 그 안에 들어가면!"

그는 황급히 새를 꺼내려고 하였다. 새는 당황해서 그의 손을 피했다. 그가 새장 안으로 손을 밀어 넣으려 하자 새장이 넘어졌다. 그는 반사적으로 손을 뺐다. 낡은 새장의 문이 닫히면서 잠가졌다. 새는 놀라서 날개를 퍼덕이며, 흔들리는 새장 안에 떠 있었다.

"아니, 너 지금 날고 있잖아? 그동안 나를 속인 거 아냐? 날지 못하는 척 하고 있다가, 내가 없을 때 몰래 달아나려던 거지?"

그는 소리치며 새장을 집어 들고 창고 쪽으로 달려갔다.

"널 여기 가둬 둘 거야. 다시는 날지 못하게 될 때까지."

창고 속은 캄캄했다. 새는 놀라고 당황하고 겁이 나서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새는 새장 속을 이리저리 날며 창살에 마구 부딪혔다. 새장이 쓰러지면서 낡은 문이 저절로 열렸다.

사내가 그 소리를 듣고 창고 문을 열었다. 새는 기절한 척 하고 새장 안에 누워 있었다. 창고 안에 새의 깃털이 날리고 있었다.

사내는 새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섰다. 절벽을 향해 달려갔다. 절벽 위에 서니 어두워져 가는 저녁 바다의 회색 파도가 발밑의 바위에 와서 쏴 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넌 깨어나면 또 도망갈 거야. 그 전에, 너를 바닷물 속에 던져버릴 테야! 그러면 다시는 날지도 못하겠지."

그는 새를 높이 쳐들었다. 새는 눈을 크게 뜨고 곧 날아갈 채비를 하며 날개를 몰래 움찔거렸다.

“그러나 너를 보내기 전에 마지막 키스는 해야겠지!”

그는 새에게 그렇게 말하고 손을 폈다. 그가 눈을 감고 입술을 새에게로 가져가기 시작했을 때, 새는 그의 손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새는 사내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벌판을 가로질러 외로운 산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멀리 사라져가는 새를 바라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잘 가라, 산새야. 영원히."

<끝>

 

--계간 <시선> 2009년 가을호--

 

 

<<<최근 발표한 저의 초단편 소설입니다. 초단편은 전통적 단편소설이 갖는 군더더기들을 모두 빼버리고 이야기의 골자만을 가지고 쓴 짧은 소설입니다. 

저는 이 초단편이라는 형태의 짧은 소설을 새로운 장르로 삼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원래 제가 대학교 3학년 때처음 썼던 것을 이번에 개작하여 발표한 것입니다. >>> 

by 미카엘 the autumnman | 2009/08/26 23:24 | <소설집> 꿈을 따라서 | 트랙백

<꽁트> 그 여자의 웃음소리

콩트

그 여자의 웃음소리

                                                                              곽명규

 


대학교 입학식 날 아침, 어머니는 나에게 좋은 여자와 나쁜 여자를 구별하는 방법을 일러주셨다. 어머니는 외아들인 내가 혹시라도 나쁜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내 개인과 집안 전체의 앞날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게 될까봐 걱정이 되셨던 것이다. 나는 아침마다 어머니의 여성판별법을 기도문처럼 외우고 난 뒤에야 집을 나설 수 있었다.
그 여성판별법의 앞부분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좋은 여자는 항상 걸음걸이도 다소곳하고 말소리도 조용하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는 언행이 매우 분명하고 단호하며 냉정하다. 좋은 여자는 절대로 웃음소리를 담 너머로 내보내지 않는다.> 이 부분을 외울 때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건 바로 어머니 자신이네요.” 나는 어머니가 크게 웃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우리 과에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약간 까무잡잡한 얼굴에 알 듯 모를 듯 옅은 웃음이 살짝 얹혀 있는, 그런 대로 괜찮은 생김새의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남학생들한테 예쁘게 보이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지, 옷에도 머리에도 걸음걸이에도 아무런 꾸밈이 없었다. 다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바지를 입고 다니기까지 했다.
이학년 봄, 신입생 환영 야유회 때였다. 모두들 풀밭에 둘러 앉아 함께 노래를 불렀는데, 삼십여 명의 남자들이 한꺼번에 질러대는 괴성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내 귓속까지 흘러들어오는 것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줄리 앤드루스를 연상시킬 만큼 맑고도 힘찬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을 선동하여 그녀에게 독창을 시켰다. 그녀는 사양하는 기색 없이 벌떡 일어서서 노래를 불렀다. 불어 가사여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곡조만은 들어본 적이 있는 노래였다. 그녀는 노래를 썩 잘 불렀다. 그러나 청중의 호응이 별로 없었다. 선동자로서의 책임감에다가 그녀에 대한 미안함까지 있어서 나는 무슨 말이든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섰다.
“명곡해설을 하겠습니다. 방금 부른 노래는 원래 <Who has seen the wind?>라는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영시에 붙인 곡이었죠. 불어 버전이라서 다들 알아듣지를 못해 아쉽군요. 다음 야유회 때는 제가 영어로 한번 불러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내 말에 박수를 치거나 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나는 계면적은 마음으로 주저앉았다. 야유회에 온 것 자체가 후회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학과장 교수께서 뒤풀이를 제안하셨을 때 나는 여전히 기분이 풀리지 않아 못 들은 체 딴전을 피웠다. 그녀가 말을 건넸다.
“같이 가요. 아까 도와주느라고 수고도 하셨는데, 하하.”
“수고요? 수고는 했죠. 그럼 한 잔 할 자격이 있는 거네?”
뒤풀이에서 교수님이 잔을 올리는 나에게 한 말씀을 던지셨다.
“자넨 제2 외국어가 독어라더니 언제 불어까지 했었나?“
”네, 실은 불어는 까막눈입니다.“
”아니, 그럼 아까는? 거짓말이었나, 전부?“
”아닙니다. 곡조는 아는 노래예요. 불어 가사는 잘 모르지만요.“
나는 옆에 앉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교수님. 내용은 때려 맞춘 거예요.“ 하고 거침없이 말하고는 갑자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돌연한 웃음은 마치 누군가 숨겨져 있던 폭죽에 불을 붙인 듯 갑자기 하늘을 가르고 튀어나가 여름밤의 불꽃놀이처럼 높이 솟구치며 폭발하고는 부서진 불꽃의 파편들을 내 머리 위로 쏟아 붓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충고를 잊은 채, 그녀가 쏘아대는 산탄 총알 같은 웃음소리의 파편을 온 몸으로 받으며 빠르게 정신을 잃어 갔다. 그리고 그날 이후 끝도 없이 그녀의 웃음을 기다리며 사는 가련한 신세가 되었다. 나는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중병에 걸려버린 것이었다.
내 병세는 날로 깊어져 삼학년 가을 무렵에 이르러서는 거의 식물인간처럼 나 혼자의 힘으로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어머니가 일러주신 좋은 여자의 모습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으나 이미 내 마음의 주인이 되어 있었고 나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과도 같은 그녀의 웃음소리에 완전히 중독되어 있었다. 나는 고민했다. 그녀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를 불치의 병에 빠뜨린 그녀는 아무래도 나쁜 여자일 것 같았다. 그러나 언제고 그녀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더 살고 싶지 않을 만큼 미리부터 마음이 허전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어느 긴 밤 끝에 어찔어찔한 아침이 왔다. 억지로 어떻게든 눈을 붙여 보려고 이쪽저쪽으로 돌아눕고 있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예상대로 그녀였다. 그녀는 아침 첫 회를 보려고 혼자 영화관에 왔다면서 아직 시간이 삼십 분 남았으니 빨리 그리로 달려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으며 “아니, 나, 밤을 새서 안 되겠는데.”라고 말했다. 그녀는 내가 왜 잠을 못 잤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그녀와 만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한 시간 이상을 더 뒤척거린 끝에 잠을 포기하고 일어나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가 보였다. 나는 모퉁이 뒤에 숨어 있다가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멈칫 동작을 그쳤다. 그녀가 웬 남학생 하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이 멀리 사라져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한 달 쯤 지난 어느 날, 교문 앞에서 어떤 남학생과 헤어지고 있는 그녀를 보고 달려가 “조금 전 그 사람은 누구야? 사귀는 사람?”하고 물었다.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자꾸만 터지는 웃음의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지난번에, 하하, 나 혼자 아침 첫 회를 보던 날. 하하하, 영화 시작하기 전인데, 하하, 과자 파는 꼬마 애가 와서 초콜릿을 내밀데. 하하. 저쪽에서 누가 보낸 거래. 하하. 누가? 하고 쳐다보니까, 하하하, 바로 아까 그 애야. 그냥 받아먹으라고 손짓을 하고는, 하하하 하고 웃는 거야. 하하하. 나중에 영화 끝나고 하는 얘기가, 하하, 자기도 사귀는 여자 애가 안 본대서 혼자 왔는데, 하하하, 나를 보고 바로 알았대. 하하하. 남자 친구한테 바람맞았죠? 그러는 거 있지,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나는 너무나도 마음이 상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기다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 결심은 지켜졌다. 또한 그 뒤로는 이 세상의 어떤 여자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벌써 이십오 년이나 된 일이다. 나는 그 동안 여자의 웃음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귀를 완전히 틀어막고 살아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자 문득 그녀의 웃음소리가 하늘 위로부터 들려오는 듯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는 생각했다. 이십 오년 전, 내가 영화관 로비에서 그녀 앞에 얼굴을 내밀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무엇에 강력하게 이끌리듯 영화관을 향해 걸었다.
날씨 좋은 날의 아침 첫 회.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게 시작시간이 다 되어서도 실내가 텅 비어 있는 것을 보며 마음이 한없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림 : 金多海 (서양화가)

영화가 시작된다. 오 분쯤 지나면서부터 나는 조금씩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갑자기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저쪽 구석자리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아무도 웃지 않는 장면에서 혼자 웃는 여자. 지금도 그런 여자가 있군. 옛날에 그녀가 바로 저렇게 혼자 웃었었다. 웃음소리가 또 한 번 터진다. 다른 관객들이 그녀를 따라서 웃는다. <웃음 균의 보균자.> 나는 문득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을 느닷없이 전염시키는 웃음, 그것은 그녀만이 갖고 있는 웃음이었다.
나는 점점 확신에 찬다. 오늘 아침 그녀 또한 이십오 년 전의 그 날이 떠올랐으리라. 그녀 또한 나를 잃어버린 그날을 아쉬워하고 있을 테니까.
영화는 이제 마지막 부분에 도달했다. 주인공 남녀가 빗속에서 포옹을 하면 이어서 <The End>라는 자막이 나올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면 나는 그녀 앞에 우뚝 설 것이다.
영화는 끝났고 이제 스크린에서는 스태프의 이름들이 긴 행렬을 만들며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서고는 있지만, 그녀는 불이 켜질 때까지 앉아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마침내 불이 켜진다. 나는 일어서며 뒤를 돌아다본다. 영화관 전체에 나 혼자만이 남아 있다. 옛날 그녀에게 초콜릿을 심부름하던 꼬마 아이보다 이십오 년 더 나이를 먹은 아줌마 하나가 청소를 하려고 실내로 들어서고 있다.
로비가 매우 한적하다. 나는 아쉬움에 발을 옮기지 못한다. 문득 등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웃음소리이다. 나는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젊은 여인들이 웃으며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간다. 한 여인이 살짝 나를 쳐다본다. 살결이 약간 까무잡잡하다. 화장을 하지 않았고 머리카락도 잘 꾸미지 않았다. 바지를 입고 경쾌한 걸음을 걷고 있다. 이십대 초반의 꾸밈없는 여인이다. 눈에 웃음이 가득 담겨 금방이라도 또 터질 것 같다.

(관악 꽁트 릴레이 2009.8.)

 

by 미카엘 the autumnman | 2009/08/15 01:02 | <소설집> 꿈을 따라서 | 트랙백 | 덧글(2)

詩 --영역해서 읽기

시(詩) 외우는 나무              The Poem Reciting Tree
                   -김숙자                                 -Kim, Sook Cha 
 
 
나무 그늘 아래서                         Seated in the tree's shadow,
시를 외우는 그에게 물었다.             He recited an old poem, and I asked: 
 
“그 시, 누구 꺼지요?                     Who's the writer of that poem
나도 외웠었는데.”                                 That I think I knew before?
 
웃음을 참으며                             Refraining from laughing,
그는 말했다.                               He threw an answer:
 
“이 시를 아세요?                          You think you knew this poem
내가 쓴 건데.“                             That I'd say I wrote?
 
내가 쓴 시였다                            'Twas I who wrote this poem;
그것은.                                     Forgotten
오래 전에.                                  Long ago, though.
 
                                                              (tr. by Kwack, Myung Kew)
***
1. 원문과 번역문의 길이(음절 수)를 각 줄별로 맞추는 것을 첫째 목표로 삼았음.
2. 영한 대역으로 읽을 때의 편의를 위해 번역문이 각 줄별로 대비되도록 노력했음.
3. 두 언어의 음운상 차이 때문에, 원문의 脚韻을 영역문에서 Rhyme으로 살리지는 못했음.

   

  

by 미카엘 the autumnman | 2009/05/31 01:00 | A Study of Poetry | 트랙백 | 덧글(5)

(단편) 운명의 힘

                                               운명의 힘
                                                                                  
곽명규

그는 방금 다린 하얀 와이셔츠의 단추를 다 채운 뒤, 옷장 문 안쪽에 달린 타이 걸이를 쳐다보았다. 노란 색의 타이 하나가 올가미 모양을 한 채 다른 타이들 위에 얹혀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저걸 매야 되겠군.”
그는 노란 타이를 집어 들어 머리 위로부터 뒤집어쓰고는 셔츠의 칼라 밑에 끼워 넣고 매듭을 붙잡은 채 한 쪽 끝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화장대 앞의 아내에게로 눈길을 보냈다. 아내는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니면 잠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두 손을 화장대 위에 걸쳐 놓고 거울 속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결혼식까지는 아직 두 시간도 더 남았다. 그는 잠깐 침대에 걸터앉았다가 다리를 늘어뜨린 채 뒤로 넘어져 천장을 마주 보고 누웠다. 간밤에 동창들과 늦게까지 먹은 술이 모두 머릿속으로 흘러들어가기라도 한 듯 정신이 흐릿했고, 눈앞의 물체들은 모두 현실감이 없게 보였다.
“아무래도 오늘은 당신이 운전을 해야겠는데?”
그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댄 것처럼 크게 울렸다.
“알았어요. 마누라 남자동창 결혼식까지 가 주시는데, 잘 모셔야죠?”
아내는 다시 화장 손을 움직였다. 그는 아내 쪽이 잘 보이도록 옆으로 돌아누웠다.
“천천히 화장 잘 하시오. 남학생들한테 흉잡히지 않게.”
그는 아내의 뒷모습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처녀 때는 뒤에서 보는 어깨의 선이 유난히 예뻤었는데......”
그는 눈을 감고 아내의 옛 모습을 떠올려 보려고 애쓰다가 화장대 옆의 벽에 걸린 낡은 목제 액자 쪽을 바라보았다. 아내의 오래 된 사진 하나가 액자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이학년 가을 축제 때 문리대 교정에서 찍었다는 그 사진에서 아내는 음악회 무대 의상인 검은 스커트와 흰 블라우스를 입고 기울어가는 해를 향해 살짝 찌푸린 웃음을 띠고 서 있었다. 그가 모나리자의 미소라고 명명했던 그 웃음은 이제는 사진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그의 기억 속에 분명히 새겨져 있었다.
“이 사진이 뭐라고 벽에까지 걸어요?”
“아, 그게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 사진인데?”
그는 어쩌면 그 사진 때문에 그녀와 결혼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그 사진을 반쯤 장난삼아 억지로 빼앗다시피 해서 손에 넣었었고, 그것을 빌미로 그녀와 데이트를 하기 시작해 결국은 결혼에까지 이르렀다. 그 사진을 바라보면 그녀의 앳되었던 옛 모습과 함께 그녀를 따라다녔던 그 때 그 자신의 활기차고 열정적이었던 모습까지 떠올라 다시금 젊었을 때와 같은 힘이 솟구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 속의 아내에게서 풋풋한 사과나 복숭아 같았던 옛 모습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감에 따라 그가 아내의 옛 사진을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 젊음의 크기 또한 함께 줄어들어 갔다. 젊었던 때의 활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아내의 실제 모습이 옛날 그대로라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대신 딸이라도 좀 아내를 빼 닮았더라면.......” 그랬다면 딸에게 남아 있는 아내의 젊은 모습을 통해 옛날로 돌아가 볼 수도 있었으리라.

딸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 성모병원에서 태어났다. 그날 밤, 아기도 엄마도 다들 잠들었을 때 그는 혼자 밖으로 나와 병원 마당 끝의 작은 동굴 안에 세워진 하얀 성모상 앞에 꿇어앉았다. 성탄을 축하하는 사람들 틈에 끼여서 그는 생전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 딸이 착하고 사랑스런 여자로 자라나 주기를 빌었고, 가능하다면 아내와 똑같은 모습으로 커 주기를 빌었다.
딸은 처음 몇 달 동안은 그런 대로 엄마를 닮아가는 듯도 했으나, 걷고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독자적인 모습을 찾으며 자라났다.
아내는 작지 않은 키와 비교적 오뚝하고 뾰족한 코에 어울리는 피콜로처럼 맑고 높은 소프라노의 목소리로 언제나 어디서나 노래도 잘 불렀고 이야기도 잘 했으며 시원스레 웃기도 잘 했었는데, 딸은 자랄수록 점점 더 키 작은 소녀가 되어 갔고 비교적 작은 코끝은 꽃봉오리처럼 동그스름하고 귀엽게 변해갔으며, 클라리넷처럼 부드러운 앨토의 목소리로 조용조용히 말하고는 했다. 어쩌다 딸이 활짝 웃을 때면 한쪽 볼에만 열리는 작은 보조개가 문득문득 눈을 끌기도 했으나 그 애의 웃음이 워낙 조용해서 그 보조개가 사람들의 눈에 띄는 일이 흔치를 않았다.
한 때 성악가가 되려고도 했던 아내 대신에 딸이 성악가가 되어 독창회도 열고 음반도 만들며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주었으면 했던 그의 소망을 딸은 일찍부터 외면했다. 딸은 어렸을 때는 동화책을 좋아했고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거나 고전 문학 작품들을 읽으며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다.
“넌 누굴 닮아서 맨 날 그렇게 공부만 하니? 네 엄마는 너 만할 때 밤낮 노래만 불렀다던데?.“
언젠가 그가 딸에게 이렇게 말했을 때, 딸은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아빠지, 누굴 닮았겠어요? 목소리 낮은 것만 봐도 아빠잖아요?”
그는 딸이 자기를 닮았다고 말한 것이 기쁘고 고마웠다. 무엇보다도 자기를 닮아서 똑똑하고 공부를 잘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그 뒤로 그는 딸이 아내를 닮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딸을 자랑으로 여기게 되었다. 총명하고 사려 깊은 딸은 예쁜 아내보다 더 많은 기쁨을 주며 커 갔다. 그는 점점 더 딸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으며, 딸과 서로 마음이 아주 잘 통하게 되었다.
딸은 영문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는 딸이 혹시 쓸데없이 유학이나 가서 칠팔년 아니면 십년씩 박사학위를 따느라고 허송세월을 하며 혼기나 놓쳐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곤 했었다. 다행히 딸은 모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시간강사를 하며 다시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그는 딸이 교수도 빨리 되고 좋은 집 아들과 제 때에 결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그러나 딸은 결국 마음을 바꾸고 말았다.
“아빠, 아무래도 공부를 제대로 해야겠어요. 유학을 갈래요.”
딸과 오랫동안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웠지만, 한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려니 한계가 느껴진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딸의 변심에 동의했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게 되어 몇 년간은 학비를 댈 필요가 없게 된 것 만이 작은 위안이었다. 벌써 재작년의 일이었다.
“아빠, 미안해.”
공항에서 딸은 서글퍼하는 그를 껴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눈물을 억누르며 딸을 격려했다.
“기왕 공부 길로 나섰으니,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해라. 혹 도중에 내가 죽더라도 돌아오지 말고.”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딸이 유학 중에 좋은 청년을 만나 결혼을 하기만 한다면 공부는 언제든지 그만두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보.”
그는 누워 있던 몸을 일으키며 아내에게 말했다.
“그 왜 지난번에 내가 길에서 봤다던 애 말야. 명동에서....... 당신을 닮았다던.......”
아내는 화장 손을 늦추며 거울 속에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거 농담 아니야. 정말 당신과 닮았더라구. 당신 대학교 때하고 똑같더라니까. 그 애, 정말 당신 조카 아닐까?”
“그 얘긴 왜 또 하세요? 싱겁게.”
아내는 서울에 일가친척이 아무도 없었다. 십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 두 분이 모두 고향인 개성에 친척들을 남겨두고 내려온 혈혈단신이었고, 하나 뿐인 오빠는 일찍이 젊었을 때 미국에 건너가 국제결혼을 한 재미교포였다. 아내는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면 서울에 친척이 하나도 없는 것을 서러워하며, “이럴 땐 어디서 숨어 있던 동생이라도 하나 나타났으면 좋겠네!”하고 한숨을 섞어 말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두세 달 전, 그가 아내를 닮은 처녀를 보았다고 처음 말했을 때 “야아. 드디어 숨은 동생과 조카가 나타났네!” 하며 큰 소리로 웃었을 뿐, 더 이상 그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왜, 지난번엔 숨은 조카라며 좋아하더니?”
그는 거울 속의 아내를 바라보며 표정을 살폈다.
“그 얘길 왜 자꾸 하실까? 그 애, 혹시 당신 애예요?”
아내의 대꾸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튀는 바람에 그는 할 말을 놓치고 잠시 눈을 껌뻑였다. 다행히 침묵이 너무 길어지기 전에 대답이 찾아졌다.
“아니, 그렇다면 그 애가 날 닮아야지, 왜 당신을 닮나?”
아내가 깔깔 웃음으로써 그는 방어에 성공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처녀에 대한 이야기도 거기서 끝이 났다.
“슬슬 떠나야겠어. 길이 밀릴 지도 모르니.”
“그래요. 미리 가야 주차하기도 쉽고.......”

아내는 부드럽게 차를 몰아 일요일 아침의 조용한 성북동 주택가 골목길을 천천히 내려갔다. 그는 옆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 열어 놓은 차창 밖으로부터 벚나무의 작은 꽃잎이 하나 둘 날아 들어왔다. 대학로에 이르렀을 때 그는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젠 대학로에서 개나리라곤 볼 수가 없게 되었군!”
그는 아내를 만나러 문리대 교정을 찾아오던 옛날의 풍경을 떠올리며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개나리가 제일 생각나요? 없어 진 것 중에?”
아내가 그를 위로하듯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마음이 조금 울적해짐을 느끼면서 연극의 독백 같은 긴 대사를 만들며 읊기 시작했다.
“나는 문리대 하면 마로니에보다 개나리가 먼저 생각나. 봄에 당신을 만나러 올 때면 언제나 나를 환영하는 노란 깃발들처럼 멀리서부터 눈에 확 들어오던 개천가의 그 개나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하지만 지금 제일 아쉬운 건 교문 앞에 있던 다리야. 그 다리의 난간에 걸터앉아서, 당신을 찾아내려고, 오가는 여학생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던 때가 제일 행복했었어.”
그는 그 때 상대 경제학과에 다니고 있었다. 입학시험에 두 번이나 떨어진 뒤 세 번째 만에 간신히 합격해서 그녀와 동급생이 되었다. 그래도 문리대와 상대는 캠퍼스가 서로 다른 지역에 있어서 그가 그녀를 알게 될 기회는 여전히 없었다. 그러나 그의 고등학교 친구 하나가 때 마침 문리대 국문과의 과대표가 되면서 그의 운명에 조금씩 변화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가 입학 후 두 달 만에 처음 친구를 찾아 갔을 때 국문과는 마침 강원도 민요채집 여행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그는 친구를 조르고 졸라서 강원도엘 따라갔다. 그로부터 두 해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가 버리고 삼학년 일학기 수강신청을 하던 날이 되었다. 그 날은 유난히도 맑고 따뜻했다. 그는 누구라도 만나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아름다운 교정의 개나리도 볼 겸 친구를 찾아 문리대로 달려갔다. 친구는 그 때 막 졸업을 하고 조교 일을 맡아 무척 바빴다. 그 날, 과 사무실에서 한 여학생이 친구의 조교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년 전 강원도 여행으로 안면이 있던 여학생이었다. 그녀가 바로 지금 옆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그의 아내였다.
“그 때 문리대는 정말 천국 같았어. 작고 아름다운 교정에서 몇 안 되는 남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모두가 서로 친구나 애인이나 오누이처럼 다정한 사이인 것 같았지. 그래서 간혹 한 동안 당신을 보러 올 수 없었을 때면, 혹시 어딘가 숨어 있던 남학생 하나가 튀어나와 당신을 채 갈 것 같아 걱정이 되곤 했었지.”
실제 그녀를 채 갈만한 남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일학년 가을 축제 때 과에서 하는 창작연극에 단역으로 출연했었는데, 연극이 끝난 뒤 모두들 분장을 지우고 무대 뒤에서 나올 때까지 남학생 하나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학생은 독문과 일학년이었는데 며칠 뒤 발표하게 될 자기네 과의 연극에서 단역을 맡고 있어, 똑같이 단역을 맡은 그녀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들은 이렇게 해서 일찍이 서로 알게 되었고, 곧 학교에서 하는 연극마다 함께 볼 만큼 친한 사이가 되었다.
그 학생은 매우 조용한 학자풍의 청년이었는데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 때문인지 주변에 친구가 없이 항상 혼자였으며 세속적인 욕심이나 야망도 전혀 없는 사람 같아서 그녀는 일찍부터 그를 가리켜 수도승이라고 불렀다.
그녀는 그 수도승 청년을 매우 좋아했다. 그녀는 심심하거나 속이 상하거나 할 때면 언제든지 불쑥 수도승을 찾아가 친구에 관해서든 집안일에 관해서든 가리지 않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해서 이야기하곤 했다. 수도승은 잠자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다. 그녀는 수도승의 해탈한 듯 흔들림 없는 마음과 끝없는 학구열에 감동했다. 그녀는 그를 존경했다. 그리고 심지어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떤 때는 그에게 보낼 사랑의 편지를 일기 속에 써놓기도 했고. 그 이야기까지 수도승에게 말해 버리기도 했다. 그녀는 수도승에게 어떤 이야기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승은 그녀의 이야기를 무엇이든 들어 주었으면서도 그녀가 때때로 마음속에 품었던 사랑의 갈망에 대해서는 응답을 하지 않았다. 수도승은 단 한 번도 그녀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은 채 삼학년 말에 군대에 입대했다. 그녀는 그렇게 수도승과 헤어졌다. 그 때 그녀의 곁에는 이미 지금의 남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녀는 그 뒤로 수도승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지내 왔다. 재작년 동창회에 처음으로 나갔을 때, 그가 졸업 후 모교의 독어 교사가 되었다가 결혼 후 한참 지나서야 독일에 유학을 다녀와 늦게 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이 바로 그의 딸의 결혼식 날이었다.

오늘따라 길이 막히지 않았다. 남들보다 좀 일찍 나온 것이 도움이 된 듯했다. 어느 새 교육문화회관이 보이는 모퉁이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당신 친구는 동창회엔 잘 안 나오는 양반인가 봐?”
“딱 한번 나왔었대요. 작년 여름에, 우리 유럽 갔을 때.”
“그 친구, 수도승이라는 게 맞는 말이군. 숨어서 사니 말이야.”
아내는 소리를 내지 않고 웃었다. 자동차가 문화회관 쪽으로 회전하게 되어 그들은 말을 그치고 앞을 주시했다. 결혼식까지는 한 시간도 더 남아 있었다. 여느 결혼식이라면 너무 일찍 왔다고 할 것이었지만, 아내의 옛 친구인 수도승 교수를 처음으로 만나 보기에는 딱 알맞은 시간일 것 같았다. 주차장은 한가했다. 그는 빈 자리에 능숙하게 차를 세우는 아내의 옆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내는 조금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그 친구 미남이야?”
“수도승이라니까!”
대답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너무 커졌다고 여겨져 그들은 둘 다 잠깐 멈칫했다가 제각각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바닥에 뿌려진 벚나무의 꽃잎들을 밟으며 현관으로 들어가 일층 로비에 섰다. 엘리베이터에서 처녀 하나가 나오다가 그를 마주치고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그들은 말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삼층에서 내렸다. 식장 앞 넓은 로비에 아무도 없었다. 홀 안에서 한복을 잘 차려 입은 부인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손님맞이 준비를 점검하고 있다가 밖을 내다보고는 곁에 있는 신사에게 무어라고 말하는 것이 보였다. 신사가 돌아서며 로비 쪽을 내다보았다.
“수도승이네!”
아내가 그렇게 말하며 남편을 쳐다보고는 신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수도승 신사가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그 뒤를 부인이 따라 나왔다.
“야아, 오랜만이다!”
아내는 로비가 떠나갈 듯 높고 큰 소리로 삼십여 년의 간격을 메우며 수도승 신사와 악수를 했다. 그리고 뒤따라 온 부인을 쳐다본 뒤 다시 수도승에게 말했다.
“사모님? 와아, 미인하고 결혼했네!”
그리고는 그의 부인에게 말을 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결혼을 축하합니다.”
“네에. 감사합니다.”
부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워 아내의 맑은 고음과 대조를 이뤘다. 두 여인이 인사를 나누는 동안 수도승은 곁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수도승은 그 별명에 딱 어울릴 만큼 조용한 사람이었다. 평생을 상아탑에서 살아 온 학자답게 맑고 깨끗하고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귀 밑에 희끗희끗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흰 머리가 더욱 더 그의 고상한 인품을 느끼게 했다.
아내가 수도승 쪽으로 무슨 말을 던지고 깔깔 웃더니 등 뒤를 돌아다보며 “여보!”하고 그를 불렀다. 그는 수도승에게로 다가섰다.
“내 남편.”
아내는 수도승을 향해 그를 짧게 소개하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목소리로 또 다시 깔깔 웃었다. 그는 아내의 옛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유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이 사람의 단짝을 이제야 뵙는군요.”
“네. 옛날엔 아주 단짝이었죠. 벌써 삼십년도 더 되었네요. ...이렇게 두 분이 함께 와 주시니 정말 반갑고 부럽습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수도승은 그에게 부인을 소개했다. 그는 부인과 되도록 많이 이야기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와는 같은 처지의 조연급 배우라서 서로 말이 잘 통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보다도 아내가 수도승과 한마디라도 더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수도승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마음 한 구석에 품어왔었다. 어쩌면 자신이 수도승에게서 아내를 빼앗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일 자신이 삼학년 초부터 그처럼 끈질기게 그녀를 따라다니지 않았더라면 수도승은 어쩌면 그 해 말에 군대에 입대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만일 그랬다면, 그녀는 어쩌면 수도승과 결혼하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와 그녀와 수도승, 세 사람 사이에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원래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면, 아마도 자신을 제외한 그 두 사람이 결합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끔씩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곤 했다. 만일 그렇다면 그들은 실제 생애에서 운명을 거역하며 살아 온 것이라고 해석되어야 했다. 그런 거역의 결과로 어떤 벌을 받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신부의 엄마에 대한 예의를 한껏 갖추면서도 다소 수다스럽다고 할 만큼 열심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좋으세요? 저흰 아직 딸애를 여의지 못해서 잘 모르지만....... 따님이 몇 살이죠? 아, 그럼 우리 애하고 동갑이네요. 지금이 딱 결혼하기에 좋은 나이죠. 참 부럽습니다. 우리 애는 언제쯤이나 시집을 가려는지.......
따님은 무얼 하세요? 현모양처 타입이겠죠? 미인이시고! 어머니를 닮았을 테니까요, 하하. 아아, 성악가로군요. 좋으시겠습니다. 저도 원래 딸을 성악가로 키우고 싶었었는데....... 집사람도 옛날에 성악과로 갈 뻔 했었고....... 그러나 세상 일이 어디 바라는 대로 돼야 말이죠.
네? 아아, 저희 딸애는 지금 미국서 공부하고 있죠. 영문학이에요. 타고 난 공부벌레죠, 누굴 닮았는지....... 따님처럼 제때 시집을 가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공부를 다 끝내려면 아직도 오륙년은 더 있어야 된다는데, 그러다 어디 시집을 가기는 갈 수나 있을는지, 원.
그렇죠, 뭐, 다 자기 운명대로죠. 부모가 아이의 운명을 바꿔 줄 수야 있나요.”
간간이 짧게 한 마디씩 던져 주는 신부 엄마의 대꾸에 의지한 채 그는 거의 혼자서 말을 이어갔다. 부인은 가끔 필요할 때만 말을 하며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를 올려다보며 종종 고개를 끄덕여 동감을 표시하는 그녀의 모습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친구처럼 그의 이야기를 편하게 받아 주었다. 말할 때 호흡이 잘 맞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우아하고 작은 체구와 낮은 목소리가 잔잔한 미소와 함께 은근하게 마음을 파고들었다.
“수도승이 결혼은 잘 했군.”
그는 하마터면 소리 내어 그렇게 말할 뻔 했다. 그 동안 아내는 두세 걸음 떨어진 데서 수도승에게 무슨 이야기인가 계속 쏟아 붓고 있었다. 아내는 옛날 대학교 시절처럼 명랑하고 수다스러운 모습으로 이야기했고, 수도승은 빙그레 미소를 띠운 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하객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신부는 어디 있어?”
아내가 호기심어린 목소리로 수도승에게 물었다.
“저쪽 저 방예요, 대기실이. 같이 가 보실래요?”
신부 엄마가 아내를 쳐다보며 대신 대답했다..
“아니에요. 손님들이 계속 오시는데.......”
아내가 급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수도승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이따가 또 봐. 신부 잘 데리고 들어가.”
그는 목례를 하고 수도승 부부와 헤어져 아내를 따라갔다. 아내는 대기실로 향했다.
“금방 보게 될 걸, 뭘 일부러 가서 봐?”
“그래도 궁금하잖아요. 아직 시작하려면 멀었고.”
아내는 대기실 안으로 들어가고 그는 문밖에서 기다렸다. 대기실은 마침 신부의 학교 친구들이 떼로 몰려들어 번잡하고 시끄러웠다. 그는 문틈을 기웃거리며 혹시 신부가 보이나 안쪽을 살폈다. 유학 간 딸이 생각났다. “이 안에 있는 애가 내 딸이었으면 좋았을 걸.” 그런 생각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대기실 안에 있던 처녀 하나가 밖을 내다보고는 안에다 대고 말했다.
“얘들아, 신부 아버님 오시나봐.”
그는 벌써 신부가 입장할 시간인가 하고 손목에 찬 시계를 만지면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신부 아버지는 식장 입구에서 하객들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아니, 날 보고 신부 아버지라고 한 건가?”
그는 조금 무안한 마음이 들어 타이의 매듭을 두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슬그머니 돌아섰다.
“신부가 미인이네-! 잘은 못 봤지만.”
아내가 뒤를 따라오며 등에다 대고 말했다.
식장은 이제 거의 다 찼다. 그들은 가까스로 신부 입장 통로 쪽의 테이블에 자리를 얻어 앉았다.
신부 입장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신부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여기저기서 신부의 생김새에 대해 입방아를 찧는 소리가 들렸다.
“신부가 아버지보다 키가 크네.”
“요즘 애들은 다 크잖아.”
“꽤 잘 생겼는데. 아빠하고는 좀 다른 것 같지? 엄마를 닮았나?”
“엄마는 안 닮았던데?”
“그럼, 뭐, 주워왔단 말인가?”
"호호호."
그의 귓가에 대고 아내가 “예쁘죠?”하고 동의를 구했다.
“우리 애는 언제쯤이나 저런 드레스를 입어 보려나?”
그는 부러운 눈으로 신부를 바라보며 언제고 딸을 식장으로 데리고 들어갈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우리 애는 작아서 귀엽다고들 할 텐데....... 하지만 키 큰 아버지에 키 작은 신부라며 또 안 닮았다고들 하려나?”
그 때 신부가 그의 곁을 지나갔다. 그는 신부의 얼굴을 잘 보려고 윗몸을 좌우로 기울였다. 코가 제법 오뚝해서 옆모습이 예뻐 보였다. 아내의 코와 비교한다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했다. 신부는 넘치는 웃음을 참으며 단상에 올라섰다. 하얀 베일이 투명하게 신부의 뒷모습을 들어내 보였다. 몸매가 아름다운 신부였다. 뒤에서 보는 어깨의 선이 특히 예뻐 보였다.
주례의 목소리가 신랑신부에게 서약을 시키려고 질문을 던졌다.
"네에!"
신부가 대답하는 소리가 식장을 크게 울렸다. 사람들이 킥킥 웃었다. 신부의 목소리는 맑고 높았다.
“성악가라더니 정말 목소리가 좋군. 그런데 엄마와는 달리 소프라노네.”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벌써 주례사가 끝나고 축가가 나왔다. 신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더욱 환하게 보였다.
“우리 애도 저렇게 웃을까? 아니, 그냥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미소만 짓겠지.”
조금 전 신부를 데리고 식장에 들어서던 수도승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기의 딸처럼 조용한 신부를 데리고 들어갔으면 더 잘 어울렸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내가 만일 저 신부를 데리고 들어갔다면 사람들은 무어라고 했을까?”
그러자 사람들의 말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신부가 아빠를 닮았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게.”
“얼굴은 엄마를 닮았지? 코도 오뚝하고.”
“성악가라지? 신부 엄마도 노래가 부전공이라던데.”
“맞아. 모녀가 다 소프라노야.”
그는 피식 웃으며 괜한 공상을 떨쳐버리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간밤의 숙취로부터는 이제 다 회복된 듯 했으나 아직도 머리는 조금 무거웠다. 그런 때는 평소에 증세가 가벼웠던 난시마저 조금 심해지는 듯 시야가 다소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피로연 음식이 나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신부 친구들 서너 명이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신부와는 음대 동창들인 듯 연주가 매우 세련된 것 같았다. 신랑신부와 가족들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스테이크를 자르며 틈틈이 그들의 모습을 뜯어보았다.
신부는 부모보다 키가 컸고 몸이 가느다랬다. 신부는 코가 오뚝했다. 신부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밝은 웃음을 자주 터트렸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친구들에게 큰 소리로 말을 던지며 웃고 있었다. 사람들을 쉽게 전염시키는 꾸밈없는 웃음이었다.
신부의 부모는 둘 다 키가 작은 편이었고 몸의 움직임이 절제되어 있었다. 신부의 어머니는 조용한 미소를 띠운 채 고운 앨토의 목소리로 우아하게 말했었다. 그녀는 찬찬히 뜯어볼수록 은근한 매력이 느껴지는 여자였다. 밝고 시원스러운 자신의 아내와는 여러 가지로 대조가 되었다. 그녀는 오늘 처음 만났는데도 왠지 모르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람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녀의 어떤 점 때문이었을까. 남편에게서 한 걸음 물러나 있던 그녀의 작고 다소곳한 모습. 부드럽고 동그스름한 코끝을 살짝 움직이며 흘러나오던 조용한 웃음. 낮고 고운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가 특히 마음에 들었었다. 목소리. 앨토. 클라리넷 같은 딸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앨토......
“아아!”
그는 거의 비명처럼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가슴이 쿵쿵 뛰어 왔다. 가슴이 뛰는 소리가 머릿속에까지 울려 왔다. 딸과 똑같은 목소리를 그녀는 갖고 있었다!
사진 촬영이 끝났다. 신부는 부케를 던졌고 친구들은 깔깔 웃으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신부 친구 음악가들이 서로 잠깐 뭐라고 수군대더니 갑자기 크리스마스 캐롤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아니, 이 봄에 웬 캐롤?"
사람들은 의아해 하는 얼굴로 서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 것 같았다. 캐롤을 연주하는 뜻이 무엇인지를. 그는 곧 쓰러질 것처럼 심하게 어지러워졌다. 머릿속이 빙빙 도는 소리가 났다. 가슴 속 가득히 숨이 들어차 잘 내쉬어지지 않았다.
“여보. 왜 그래요?”
아내가 그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맑은 공기가 있어야 숨을 쉴 것 같았다. 비틀거리며 달아나듯 황급히 식장을 빠져 나갔다. 그러는 동안에 캐롤의 연주가 끝났다. 사회자의 코멘트가 등 뒤에서 들려 왔다.
“크리스마스 때 태어난 신부의 결혼을 축하하는 뜻으로 캐롤을 연주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하객들이 깔깔 웃었다. 모든 의혹이 한꺼번에 풀려 나가고 있었다.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은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또 그의 힘으로 어떻게 피하거나 막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람이 아무리 감추고 외면하려고 애써 보아도 진실은 그 자신의 힘에 의해 밝혀지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바로 그렇게 되었던 거야. 운명에 착오가 있었어.”
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착오를 바로 잡아야만 해. 설혹 운명이 일부러 만들어낸 착오였다 할지라도!”
그는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식장 안에 숨어 있는 운명의 음모를 반드시 밝혀내고야 말리라는 결의가 바깥 공기와 함께 그의 몸 안으로 들어와 쌓였다.

그는 마음을 다져 먹고 다시 식장 안으로 들어섰다. 아내는 다른 테이블에서 남자 동창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신랑 신부의 부모들은 하객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하객들이 모두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신부의 어머니에게 조용히 물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님을 성모병원에서 낳으셨죠?”
‘네? 아, 네에, 성모병원 맞는데요.“
그녀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여 아무 생각도 못하고 이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볼 것이다. 아무래도 적절한 출발이 아닐 듯싶었다. 그럼 어떻게 말문을 열까? 천천히, 아주 조금씩 힌트를 주며 이야기를 진전시켜 그녀 스스로 진실을 알아채도록 해야만 될 것 같았다..
“따님 생일이 크리스마스 때라구요? 우리 딸도 그 땐데요. 정확하게,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였죠. ...아, 그러세요? 정말이에요? 똑같은 날이었군요. 야아, 그것 참 대단한 우연이네요! ...성모병원에서 딸애를 낳고, 저 혼자 성당에 나가 기도를 다 했었네요, 생전 처음이었죠. ...네? 아, 물론 명동이죠. 명동성당 앞 성모병원에서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녀는 어느 대목에서 눈치를 채게 될까? 그녀는 결국 이 진실에 동의하게 될까? 그녀가 동의를 하든 안하든 진실은 결국 밝혀지고야 말겠지만.
“어머, 너 와 있는 것도 몰랐구나, 언제 왔니?”
등 뒤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다보았다. 딸은 없었고 신부의 어머니가 어떤 부인의 손을 잡으며 웃고 서 있었다. 반가움을 참지 않으면서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는 조용한 웃음이었다. 그녀의 한 쪽 볼에 조그만 보조개가 열려 있었다. 그 순간 딸의 얼굴이 그 위에 겹쳐져 함께 웃는 것이 보였다.
“보조개!”
입속에서 그렇게 중얼거림과 동시에 두 무릎에서 한꺼번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가까스로 옆에 있는 빈 의자를 붙잡아 당기고는 그 위에 간신히 주저앉았다. 금방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다. 이제 무엇을 더 확인하랴! 바로 이 여인이 내 딸의 친엄마인 것을! 그리고 지금 막 결혼식을 마친 저 신부가 내 딸인 것을!
그의 몸은 순식간에 알맹이가 빠져버린 빈 껍질처럼 되었다. 그 바람에 갑자기 무거워진 머리통만이 금방이라도 땅에 떨어져 뒹굴 것처럼 몸의 껍질 위에 얹혀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내 딸이 나의 딸이 아니라니! 내 사랑하는 딸이 남의 딸이라니!”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딸에 대한 사랑을 일시에 지워버려야 한다고 생각하자 그의 인생 전체가 힘없이 주저앉고 마는 것 같았다. 머릿속의 피가 모두 소용돌이를 치면서 거품으로 바뀌고 모든 혈관이 팽창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통이 단숨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 것처럼 무겁게 아파 왔다.

“아빠-!”
딸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 그는 눈을 떴다. 정신을 놓친 것이 얼마동안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고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환청이었을까. 그러나 조금 전의 그 소리는 지금 막 들은 것처럼 아직도 생생하게 그의 귀를 울리고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과 딸과의 사이에 연결된 강력한 끈이 바다 건너 먼 곳에 있는 딸의 혼을 잡아당겨 그를 찾아오게 했던 것임을. 그러므로 방금 그를 흔들어 깨워주었던 그 소리는 딸의 실제 목소리였던 것임을.
“아빠-!”
그것은 이십칠 년 전 이맘 때 쯤 딸이 처음으로 불러주었던 그의 이름이었다. 그의 이름을 무수히 반복해 불러준 딸의 목소리는 이제 그 자신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엄마의 몸을 가르며 세상으로 나오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엄마의 몸속에 영원히 남아 울리듯이 그의 몸속에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딸의 목소리가 구석구석 들어차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불현듯 딸이 보고 싶어 못 견딜 때면 클라리넷 같은 그 앨토의 목소리가 그의 몸 맨 밑바닥으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것이었다.
가까스로 껍질만 남아 있던 그의 몸뚱이 안으로 거의 다 소멸했던 그의 정신이 되돌아오며 빠른 속도로 속살을 채워 넣고 있었다. 눈앞의 모든 것들이 선명하게 제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든 생각이 차례로 분명해지고 있었다.
그는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아내를 찾아갔다. 아내는 여전히 동창 남학생들 틈에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여보, 그만 가야겠는데-.”
“벌써요?”
아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다가 동창들에게 미안하다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일어섰다. 그는 아내를 앞서 걸어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빨리 집에 가서 미국에 전화나 해 보자구.”
그는 딸이 지금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요. 남의 딸 결혼식 구경하다가 우리 딸을 잃어버렸었네요.”
아내가 그를 따라오며 대꾸했다.
현관을 나서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쓰다듬었다. 막 벌어지기 시작한 목련의 하얀 꽃송이들이 미소를 지었다. 양지바른 곳으로부터는 일찍 피어 난 라일락이 온 세상을 향해 꽃냄새를 풍겼다. 굵은 나무 위에서는 크고 작은 새들이 명랑한 소리로 노래를 불러댔다. 소프라노로, 그리고 앨토로. 평화로이 펼쳐진 봄의 풍경 위로 따뜻한 햇볕이 쏟아져 내렸다. 파란 하늘에는 반짝이는 태양이 보석처럼 박혀서 빛나고 있었다. 딸의 볼에 열린 외짝 보조개처럼.
                                                                                                               -계간 <문학과 의식> 2008 여름호-
 

by 미카엘 | 2008/06/15 17:00 | <소설집> 꿈을 따라서 | 트랙백 | 덧글(14)

진실한 죠니--베토벤(편곡)

매우 긴 이별의 대화입니다.
대학교 때, 쟝 크리스토프(소설)에 악보가 한 줄 나온 것을 본 뒤
몇 달 동안 악보집을 뒤져서 찾아내어 애창곡에 포함시킨 노래인데
이제야 음반을 구해서 처음으로 들어 봅니다.
노랫말이 5절까지 있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죠니의 여인 이름이 진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더 5절이 좋군요.
여기서는 3절까지 밖에 안 부르지만.
* *


Janet Baker


베토벤 편곡/스코트랜드 민요
Faithfu' Johnie    진실한 죠니
 
When will you come again, my faithfu' Johnie,
When will you come again?
"When the corn is gathered,
And the leaves are withered,
I will come again, my sweet and bonny,
I will come again."








Then winter's wind will blow, my faithfu' Johnie,
Then winter's wind will blow.
"Though the day be dark wi'drift,
That I cannot see the lift,
I will come again, my sweet and bonny,
I will come again."



Then will you meet me here, my faithfu' Johnie,
Then will you meet me here?
"Though the night were Hallowe'en,
When the fearfu' sights are seen,
I would meet thee here, my sweet and bonny,
I would meet thee here."



O come na by the muir, my faithfu' Johnie,
O come na by the muir.
"Though the wraiths were glist'ning white
By the dim elf-candles' light
I would come to thee, my sweet and bonny,
I would come to thee."



And shall we part again, my fathfu' Johnie?
Shall we part again?
"So lang's my eye can see, Jean,
That face so dear to me, Jean,
We shall not part again, my sweet and bonnie,
We shall not part again."

by 미카엘 | 2006/11/29 11:52 | 가곡에 취하여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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